나 자신을 계발하는 것에 돈을 받는 직업

 

누군가 나에게 아나운서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뭐냐고 하면 나는 단연 이것을 말하고 싶다. 나 지신을 계발하는 것이 나의 일에 도움이 되는 직업, 그래서 나는 아나운서를 사랑한다.

 

영화를 보는 것, 책을 읽는 것, 인터넷을 서핑하는 것, 드라마를 보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사람들을 만나 대화 나누는 것,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 등등, 이런 모든 활동이 나와 내 방송에 도움이 된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어서, 지금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들을 알아야 한다. 아니, 아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함께 느끼고 호흡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챙겨본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지금 누구를 선호하고 왜 그러한지 공감하려 애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도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즐겁다. 즐거우면서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니! 물론 때로는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이런 문화적 향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 직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의무적으로 공부하듯이 찾아보기도 한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한 문구가 기억나지 않지만 뉘앙스를 최대한 전달해본다. "글쓰기를 못하는 이유는 지식의 빈곤이다." 이 말은 나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글쓰기나 말하기를 잘 못하겠다고 하면, 보통 우리는 글쓰기나 말하기의 기술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인풋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아웃풋이 없다는 신랄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많은 말과 글을 쏟아내야 하는 직업이다. 라디오에서 청취자 사연을 읽고 멘트를 하거나,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서로 나누거나, 아니면 잡지에 글을 싣거나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계속 말과 글로 내보내야 한다. 이때 만약 채워지는 것이 없다면? 금방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소진되고 말 것이다. 우물에 충분한 물이 있어야, 계속해서 퍼낼 것이 아닌가? 물이 다 떨어져가는 우물에서 쥐어짜내듯 퍼오는 말과 글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수준 이하일 것이다.

 

아나운서들에게 자기계발이란 필수불가결의 것이다. 그래서 늘 멈추지 않고 노력해야하는 직업이다. 이러한 직업적 숙명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만족스럽게 한다. 나의 좌우명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다. 다른 누구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나는 늘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와 비교한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런데 아나운서는 억지로라도 나를 발전하게 한다. 그리고 심지어 내가 나를 계발하는 그 일에 돈까지 준다. 이렇게 멋진 직업이라니, 가끔 이 부분을 생각하면 나는 내가 아나운서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나운서 절대로 하지마라_ 유지수 백원경 이지민 서연미 채선아

by 미스터신 2021. 10. 9. 21:12
| 1 |